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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 도감』 – 일상 속 작은 배려와 따뜻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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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 도감』은 일상 속 사소한 배려 100가지를 그림과 글로 담은 감성 도감이다. 읽다 보면 주변의 친절을 발견하고,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는 따뜻한 책이다. 전시 ‘너무 착하잖아’의 감성을 책으로 옮겨와, 세대와 상황을 막론하고 공감과 실천을 이끌어내는 ‘작은 선의 사용설명서’를 제안한다. 『좋은 사람 도감』이 보여주는 작고 평범한 특별함 『좋은 사람 도감 리뷰』의 핵심은 “대단한 선행이 아니어도, 일상의 균열을 봉합하는 선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독자의 체감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에 있다. 책은 마트에서 뒤섞인 상품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손, 버스에서 무거운 가방을 가볍게 내려주는 손, 회의가 끝난 뒤 회의실 창문을 살짝 여는 손처럼 ‘크지도, 티 나지도 않는’ 행동들을 포착한다. 그 장면들은 설명보다 먼저 공기를 바꾼다. 왜냐하면 우리의 하루는 대부분 거대한 결단이 아니라 사소한 선택들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장면마다 과장된 미덕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그때 당신도 그럴 수 있었다”는 편안한 시선을 건네며, 독자가 스스로의 경험을 꺼내도록 여백을 남긴다. 일러스트는 다정하지만 달콤하지 않고, 글은 간결하지만 빈약하지 않다. ‘좋은 사람’은 영웅이 아니라 습관이며, 습관은 반복 가능한 문장으로 번역될 때 비로소 내 것이 된다. 그러니 독자는 페이지를 넘길수록 ‘나도 이미 여러 번 좋은 사람이었다’는 기억을 떠올리고, 동시에 ‘내일은 한 번 더 그렇게 하자’는 작은 다짐을 얻는다. 『좋은 사람 도감 줄거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우리는 서로의 하루를 조금 덜 거칠게 만드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이 명제는 설명이 아니라 체험으로 증명된다. 책을 덮고 현관문을 나설 때, 문을 잡아주는 손이 반사적으로 나간다면 그것이 증거다. 전시에서 책으로: ‘너무 착하잖아展’이 만든 공감의 확장 『좋은 사람 도감 독후감』 관점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이 책이 단행본으로 탄생하기 전, 전시 ‘너무 착하잖아展’을 통해 이미 ‘체험형 서사...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 긴키 지방에서 만나는 천 년 순례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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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키 지방(간사이) 와카야마현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순례길 쿠마노 고도는 나카헤치·코헤치·이세지 등 다양한 루트를 따라 숲과 마을, 신사와 온천을 잇는다. 여행자는 이 길 위에서 자연·역사·사색을 함께 경험하며, 천 년 전부터 이어진 영적 여정을 오늘의 일상 속 여행으로 되새긴다. 걷는 동안 마주하는 고요와 사색 쿠마노 고도를 걷는 순간부터 리듬이 달라진다. 흙과 젖은 돌계단의 촉감, 편백과 삼나무 향, 계류 소리가 몸의 속도를 낮춘다. 긴키 지방 특유의 습윤한 바람이 뺨을 스치면 ‘관광’의 목록이 아니라 ‘호흡’이 여행의 주제가 된다. 나카헤치의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은 몸을 단련시키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지 않는다. 길섶의 작은 마을, 연기 피어오르는 굴뚝, 오래된 기와지붕의 곡선은 시간을 둥글게 감는다. 돌도리이와 이정표가 오늘 가야 할 거리를 일러주면, 마음속 질문들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이 길 위의 사색은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질문을 단정하게 놓아두는 일이다. 발걸음이 고요해질수록 시야가 넓어지고, 밑줄 긋듯 한 걸음씩 쌓인 감각이 하루의 문장을 완성한다. 그래서 ‘쿠마노 고도 여행’은 풍경 소비가 아니라, 나의 속도를 회복하는 연습에 가깝다. 천 년 길이 오늘에 건네는 위로 헤이안 시대 황실과 귀족의 순례에서 시작된 쿠마노 고도는 지금도 과장을 모른다. 작은 사당, 비바람에 닳은 표식, 길가의 부적이 ‘위대한 역사’ 대신 ‘오래된 체온’을 전한다. 누구나 자기 리듬으로 걸어도 길은 제자리에 있다. 피곤하면 온천 마을에서 쉬고, 여유가 있으면 다음 고개를 넘는다. 신사 앞에서 두 번 절하든, 그늘에서 도시락을 나누든, 길은 선택을 탓하지 않는다. 이 관용이 긴키 지방 여행의 가장 큰 위안이다. 성취보다 지속, 목적지보다 과정이 중요해진다. 숲을 내려서면 감귤 상자와 작은 상점의 미소가 반긴다. 땀과 비, 돌과 나무, 현지인과의 인사가 편린처럼 이어져 하나의...

『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 – 삶을 버티게 하는 문장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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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환의 『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는 고전·현대문학·철학 등에서 엄선한 문장과 섬세한 해설을 엮어, 독자가 스스로를 다독이고 삶을 버티게 하는 내적 힘을 회복하도록 돕는 감성 에세이다. 하루를 흔드는 불안과 피로 속에서도 단 한 줄이 방향을 비춰주는 체험을 제안한다. 문장이 우리를 버티게 하는 순간 이 책에서 저자는 “수많은 조언보다 단 한 줄의 문장이 마음을 건져 올릴 때가 있다”는 사실을 자신의 경험과 함께 보여준다. 위로는 크고 장엄한 문장에서만 오지 않는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스친 한 구절, 잠들기 전 무심코 펼친 페이지에서 만난 짧은 문장이, 하루를 버티는 체력이 되는 순간이 있다. 저자가 직접 선별한 문장들은 특정한 정답을 강요하지 않고, 독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의미를 길어 올리도록 여백을 남긴다. 예컨대 실패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관한 문장은 실수의 원인을 규정하기보다 “지금 여기의 나”를 응시하게 한다. 그 여백에서 독자는 “나는 왜 아팠는가, 무엇이 두려웠는가”를 묻고, 한 줄의 문장이 작은 숨을 고르게 만드는 경험을 한다. 책은 그 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말을 아낀다. 친절하지만 과하지 않은 해설, 비교와 판정이 아닌 공감과 동행의 언어가 페이지마다 흐른다. 그래서 독서는 사건의 기록이 아니라 회복의 과정이 된다. 문장을 필사하거나 밑줄 긋는 단순한 행위조차 마음의 리듬을 정돈하고, 단단한 일상의 뼈대를 세우는 의식이 된다.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한 줄의 힘 저자의 큐레이션 가치는 “무엇을 읽었는가” 못지않게 “왜 지금 이 문장인가”를 밝히는 해설에서 드러난다. 같은 문장도 독자의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도착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불안·외로움·후회·분노 같은 감정 지도 위에 문장을 놓아 본다. 가령 “가장 어두운 밤도 끝나고 해는 떠오른다” 같은 익숙한 문구가 공허한 위로로 흐르지 않도록, 저자는 밤을 통과하는 구체적 방법을 제안한다. 호흡을 길게 가져가기, 감정의 이름 붙이기, 오늘의 한 줄을 일과 연결...

『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 – 다정한 문장이 삶을 데우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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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완의 신간 에세이 『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는 삶과 관계의 언어를 다정하고 섬세하게 빚어낸 글 모음으로, 읽는 이의 하루를 조용한 위로로 데워주는 감성의 지도다. 삶을 다독이는 낙원의 언어들 하태완은 이미 다수의 힐링 에세이로 사랑받아온 작가다. 이번 책에서 그는 2025년 5월 발표한 여전히 따뜻한 언어로 소중한 일상의 감정들을 어루만진다. 에세이는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복잡한 마음을 꾸밈없이 다정하게 전한다. 감정의 과잉이 아닌 절제를 통해 독자의 하루를 어루만지는 그만의 문장은, 일상에 스며들 듯 읽히는 힘이 있다. ‘낙원’이라는 말의 다층적 의미 ‘우리의 낙원’은 막연한 이상향이 아니라, 각자의 언어로 쌓아가는 진짜 하루의 공간이다. 권태를 ‘마음의 쉼’으로 비유하거나, 관계를 ‘창밖의 장대비’처럼 음미하게 만드는 표현은 저자만의 감수성과 이해를 담는다. 이런 문장들은 삶의 속도를 멈추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낙원은 어쩌면 아주 평범한 오늘이 될 수도 있고, 그 평범함을 자각하고 감사하는 감정이 낙원이 되는 것이다. 네 장으로 펼쳐지는 정서의 계절 책은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며, 각각은 ‘첫 번째 낙원’부터 ‘네 번째 낙원’까지의 구조를 따른다. 첫 번째 낙원은 나를 보듬는 문장들로 채워지고, 두 번째 낙원은 삶의 태도와 다짐에 대한 사유를 담는다. 세 번째 낙원은 관계와 연대의 무게를 이야기하며, 네 번째 낙원은 사랑이라는 머무름에 대한 언어로 마무리된다. 특히 1월부터 12월까지 각 달을 대표하는 단편 글들이 있어, 시간의 흐름을 따라 감정의 온도를 함께 느낄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문장 하나하나에 담긴 위로 하태완의 글은 군더더기 없이 명료하면서도 감정을 촘촘히 짚는다. “우릴 소란이 벌어진 뒤,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받은 편지를 읽었다” 같은 문장들은 즉각적으로 마음을 흔들며 위로가 된다. 또 “가장 나다울 수 있는 곳은 결국 나의 집이었다”라는 표현은 일상의...

『자몽살구클럽』 – 죽고 싶던 네 명, 살아가기로 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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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로로의 소설 『자몽살구클럽』은 네 명의 청춘이 비밀 클럽에서 서로의 “살고 싶음”을 지키기 위해 연대하는 고통과 삶의 기록으로, 죽음과 생존 사이 감정의 경계를 예리하게 포착한 신예 소설이다. 청춘의 절망과 작은 희망이 만나는 클럽 이 소설은 싱어송라이터 한로로가 음악 활동에 이어 처음 선보이는 동명 소설이다. 그는 자신의 음악과 고유한 감성을 소설로 확장하며, 네 명의 청춘들이 모여 형성한 ‘자몽살구클럽’은 고단한 삶 속에서 서로를 지키고자 하는 연대의 공간이다. 주인공들은 각자 죽고 싶은 이유를 가진 소하, 태수, 유민, 보현이다. ‘살고 싶은 이유’를 서로에게 부여받는 유예 기간 20일을 통해 그들은 삶의 경계에 서 있게 되고, 각자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과 생존을 직면하게 된다. 삶의 유예,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난 연대 비밀 클럽의 규칙은 단순하다. 네 명 모두 여름방학 전까지 살아남을 것. 그 안에서 친구들은 서로의 삶을 연명하도록 돕는다. 보현이는 꿈을 포기하려 했지만, 클럽의 지지로 작은 희망을 다시 꿈꾸고, 태수는 리더였지만 결국 절망으로부터 무너진다. 이들은 청춘의 어두움을 극단적 감정으로 표출하며, 독자는 생존과 연대의 의미를 다시 묻게 된다. 절망 속에서도 손을 잡는 시간들이 꼭 그래야만 하는 이유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절망의 기록이지만, 누군가를 향한 울림 한로로의 문장은 직설적이고 감정적이다. 죽음 앞에 선 이들의 내면은 숨김없이 드러나며, 음악에서 느꼈던 감성과 불안이 글 속에서도 살아 있다. “죽고 싶었던 네 명이 서로를 붙잡아주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이야기는 살아있다.”는 설정은 단순한 이야기 너머, 현실의 절망을 예술로 응시하는 시선을 보여준다. 독자들의 후기에서도 ‘쉽고 빠르게 몰입되었다’는 반응이 많고, 감정의 진폭을 숨김없이 던지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한다. 다 읽고 남는 것은 위로라도 삶이라는 느낌 소설은 결국 한 걸음의 삶과 죽음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들의 감정을 촘촘히 기록한다. 소하는 어머니와...

『다크 심리학』 – 어둠의 기술로 인간관계의 게임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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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심리학』은 국내 최초로 소개된 실전 심리 기술서로, 인간의 어두운 본성인 조작과 설득의 전략을 다층적으로 해부하며, 관계 내 조종과 방어의 균형을 제시한다. 현대인의 심리적 생존 도구로서의 다크 심리학 ‘다크 심리학’은 단순한 심리학 이론이 아니다. 이 책은 조작, 조종, 거짓말, 위협, 강요 등 우리가 실생활에서 경험하지만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심리 기법을 ‘어둠의 전략’이라는 시각으로 해부한다. 저자는 이런 기술들이 타인에게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도덕, 사랑, 권위 뒤에 감춰져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단지 악의적인 행동이 아닌, 생존을 위한 심리적 방어 장치일 수 있다는 시선을 제공한다. 이 책은 현대인의 불확실한 사회 속에서 심리적 생존 도구로 기능하며, 독자가 자신의 감정과 반응을 자각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돕는다. 관계와 권력: 타인을 움직이는 10가지 핵심 원칙 책에서는 인간관계에서 사용되는 주요 심리 전략 10가지를 정리하며, 설득, 유인, 위협, 반복, 공감 가장, 미러링, 조건화 등의 원리를 실제 대화, 회사 조직, 연애 상황 등에 적용한다. 예를 들어 ‘가스라이팅’의 패턴은 어떻게 반복되고, 피해자는 어떤 감정 회로에 갇히는지를 다층적으로 분석한다. 이 원칙들은 단순한 조작 매뉴얼이 아니라, 누군가의 조종에 빠지지 않기 위한 ‘심리 방어 전략’으로도 읽힌다. 독자는 읽는 내내 '나도 이런 기술을 쓰고 있었구나', 혹은 '내가 이 기술에 조종당하고 있었구나' 하는 자각을 하게 된다. 믿음을 조작하는 전략: 신뢰와 경계의 함정 사람들은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다크 심리학』은 그 욕망을 교묘히 이용하는 사람들의 패턴을 조명한다. ‘죄책감은 심리적 올가미다’라는 원칙은, 도덕적 정당성을 무기로 삼는 인간 행동 패턴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또, 신뢰라는 단어의 이면에는 경계와 자기 방어가 얼마나 필요한지 강조한다. 결국 이 책은 '믿는다...

『가공범』 – 인간을 향한 고다이의 시선, 미스터리 그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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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 40주년 기념작 『가공범』은 고다이 형사의 성실한 관찰력과 예측불가능한 범인의 동기가 맞붙은 사건으로, 진실 너머 인간의 다층적 감정을 통찰하게 하는 대표 미스터리다. 고다이 쓰토무의 귀환과 고다이 시리즈의 시작 『가공범』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 40주년을 기념하여 발표된 신작으로, 전작 『백조와 박쥐』의 주인공 고다이 형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고다이 시리즈’의 첫 장이다. 평범한 형사 고다이는 천재 탐정형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지만, 가장 믿음직한 관찰과 성실함으로 오히려 독자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기존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논리를 넘어, 인간 본성의 결까지 직시한다. 불에 탄 저택과 협박 편지가 던지는 미궁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치인과 전직 배우 부부가 사망한 사건은 단순한 방화사고로 보였지만, ‘교살’이라는 부검 결과가 모든 것을 뒤집는다. 수사본부는 일본 전역을 동원해 수사하지만 진전은 없고, 마침내 범인의 협박 편지가 도착하며 사건은 예측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교활한 범인의 동기와 수수께끼 같은 전개는 사건 해결 못지않게 인간 심리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예측보다 깊은, 인간 감정에 대한 탐구 히가시노 게이고는 단순 퍼즐형 추리가 아닌, 감정과 책임, 복수와 용서를 조화롭게 엮는다. 범인의 동기를 ‘가공의 범인’으로 규정하면서 등장인물들이 품는 정체성과 도덕적 모순도 정밀하게 드러낸다. 고다이 형사가 마주하는 사소한 퍼즐 조각은 곧 인간 욕망과 약점의 실마리가 된다. 『가공범』은 ‘누가’보다 ‘왜’를 묻는 이야기다. 동기의 정밀함이 미스터리의 품격을 결정짓는다. 미스터리 이상의 감동—히가시노의 진면목 『가공범』은 냉철한 구성과 반전 속에도 읽는 이를 흔드는 휴머니즘을 놓치지 않는다. 히가시노 특유의 서정성과 성찰적 문장은, 거대한 음모보다 평범한 인간의 갈등에 더욱 집중한다. 복잡한 사건이 아니라 인간의 내밀한 감정이 진짜 반전을 만든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이 작품의 핵심...

『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 – 시 한 줄로 다시 숨 쉬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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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민애의 『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는 인생 시 77편을 엄선해 들려주는 필사 노트로, 짧은 한 구절이 바쁜 일상 속 마음을 온전히 담는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시가 머무는 시간, 그 한 줄의 온기 나민애 교수는 시를 좋아하지만 잘 알지는 못했던 이들을 위해, 시 77편을 직접 고르고 해설을 더한 필사 노트로 이끌어간다. 이 책은 짧지만 울림 있는 시 한 줄이 바쁜 마음을 멈추게 하고, 사유의 공간을 넓혀준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각 시에는 ‘위로가 필요할 때’, ‘사랑을 느끼고 싶을 때’, ‘마음이 쓸쓸할 때’ 등 주제별로 해설이 붙어 있어, 독자는 자신의 기분에 맞는 시로 조용히 감정과 맞닿을 수 있다. 삶을 비추는 시선: 일상의 따스한 거울 이 책은 시를 통해 자신과 연결되는 순간을 소중히 여긴다. "시를 종이에 눌러 쓰니 흩어졌던 마음이 제자리를 찾았다"라는 고백처럼, 필사는 단순한 글쓰기 연습이 아닌 감정을 재구성하는 시간이다. 짧지만 정밀한 시들은 우리가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감정들을 불러오고, 다시 숨 쉬듯 우리 삶 속에 스며든다. 선택의 기준이 된 ‘단 한 줄’ 77편의 시는 나태주, 정지용, 황인찬, 이병률 등 시간과 세대를 넘나들며 정교하게 엮였다. 저자는 시인을 큐레이터로서 우리의 마음에 맞는 한 줄을 소개하며, 그 문장과 감정을 함께 온전히 머금는 방법을 안내한다. 시는 즉흥적 감동이 아니라 삶을 오래 기록하는 감각이다. 우리를 위로하고 다시 숨 쉬게 만드는 문장들 이 책의 해설은 단순 정보 전달이 아니다. 시인이 던지는 질문이나 기억, 감정의 결을 공감하며 읽게끔 이끌고, 어떤 시는 격려가 되어 어떤 시는 조용한 성찰을 남긴다. “흩어졌던 마음이 제자리를 찾았다”는 한마디는 단순한 표현을 넘어, 시를 통하여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경험 자체다. 한 줄이 바꿔놓은 감정의 결 필사의 즐거움과 사유의 깊이에 방점이 찍힌 이 책은 단순히 시집이라기보다 ‘마음의 리셋을 위한 기록’이다. ...

『안녕이라 그랬어』 리뷰 – 공간과 계급 사이에서 피어난 이해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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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는 일상의 공간이 내포한 계급과 감정의 미묘한 긴장을 포착하며, ‘안녕’이라는 말로 오해와 이해, 이별과 평안을 동시에 들려주는 단편 모음이다. 계급과 감정이 만나는 공간의 문턱 『안녕이라 그랬어』는 『바깥은 여름』 이후 8년 만에 발표된 김애란의 다섯번째 단편집으로, 사회적 공간과 계급적 긴장을 예리하게 포착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김애란은 오랫동안 사회학자였고 이제야말로 유감없이 그렇다고 주장할 것”이라 말하며, 이 소설집의 사회적 관찰력을 극찬했다. 첫 단편 「홈 파티」는 40대 연극인 이연이 친구 CEO의 고급 아파트에 초대되며 시작된다.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계층 간 긴장의 현장으로 기능하며, 독자는 은은한 불편함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돌아보게 된다. 무심한 이별의 순간, ‘안녕’의 언어에 담긴 울림 표제작 「안녕이라 그랬어」는 음악소설집 『음악소설집』에 수록된 대표작으로, 팝송 ‘Love Hurts’의 가사를 잘못 듣는 순간을 출발점으로 한다. 주인공 은미는 영어 회화 수업에서 만난 로버트에게서 ‘I am young’을 ‘안녕’으로 듣고, 그 말 속에 의미를 채워간다. 소설은 작고 사소한 오해를 통해 결국은 이해와 평안으로 이어지는 내면의 여정을 그린다. ‘안녕’은 인사이자 이별, 오해이자 평안이라는 다층적 언어로 작동한다. “우리 삶에는 그렇게 틀린 방식으로 맞을 수밖에 없는 순간이 있고… 나는 아마 그걸 네게서 배운 것 같다고”라는 문장은 잔잔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공간과 거리감 속에서 흔들리는 마음들 다른 단편들, 예컨대 「숲속 작은 집」, 「좋은 이웃」, 「이물감」 등에서도 김애란은 공간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파고든다. 해외에서의 저렴한 물가가 갖는 불편, 이웃과의 거리감, 자신이 느끼는 유대와 단절은 모두 계급적 감각과 긴장감으로 포착된다. 특히 「좋은 이웃」에서 주인공 주희는 전세로 살고 있는 자신의 처지와, 이웃의 내 집 마련 사이에서 흔들린다...

『모순』 – 삶의 균열에서 나를 찾아가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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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자 소설 『모순』은 가난과 부, 사랑과 배신이 얽힌 안진진의 삶을 통해 인간 존재의 아이러니와 진정한 자아를 탐색하게 만드는 문학적 여정이다. 가난과 풍요 사이 – 삶을 설명하는 두 얼굴 『모순』은 1998년 출간되었지만, 여전히 독자들의 삶을 비추는 거울로 기능한다. 주인공 안진진은 가난하지만 강한 어머니와 부유하지만 공허한 이모라는 쌍둥이 자매 사이에서 자라며, 현실과 감정 사이의 모순을 경험한다. 가난이 삶의 무게를 만든다면, 풍요는 허무의 깊이를 드러낸다. 이 책은 단순히 두 인물을 대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개인이 이질적인 환경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어떻게 지켜나가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삶과 관계, 선택의 모호함 안진진은 자유로운 김장우와 안정적인 나영규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 두 인물은 각각 열정과 안정이라는 상반된 가치의 상징이며, 진진은 이들 사이에서 자신의 진짜 마음과 타인의 기대 사이에서 방황한다. 이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단순한 호오의 문제가 아님을,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보여준다. 동시에 그녀는 가족과 사회가 요구하는 삶과 스스로 원하는 삶의 괴리를 체감하며, 점점 더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게 된다. 명문장이 도드라지는 문체의 힘 양귀자의 문장은 날카롭고도 섬세하다. 일상의 단면을 베어내듯 표현하면서도 독자의 감정 깊숙이 스며든다.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는 문장은 인간 관계의 본질을 꿰뚫으며 강한 여운을 남긴다. 이러한 문장들은 소설을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경험을 투영하게 만들며, 문학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모순을 딛고 성장하는 진진의 여정 이 소설의 인물들은 극적인 전환 없이도 성숙해진다. 안진진은 갈등하고 실수하며 상처받지만, 그 경험들 안에서 조용히 성장한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내며 겨우 그 의미를 탐색한다. 실수는 피할 수 없고, 그 반복 속에 인간은 조금씩 자란다.” 이 문장은 성장이라는 것이 결코 특별한 사건이 아닌, 반...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리뷰 – 요란함 대신 평온함을 선택한 어른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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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는 과도한 자극 대신 '울 일 없는 하루'를 성찰하며, 일상의 평온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발견하도록 돕는 감성 에세이다.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한 작은 위로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는 바쁘고 요란한 세상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는 마음을 다정하면서도 단단하게 격려하는 책이다. 저자 태수는 짜릿함보다는 안도감을, 특별함보다는 일상적 안정을 이야기한다. “요란한 세상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내 삶을 살아가는 튼튼하고 단단한 태도”라는 문장처럼, 책은 독자가 흔들림 없이 현재에 머무를 수 있도록 독려하는 목소리를 담고 있다. 익숙한 하루에서 피어난 조용한 행복 책의 핵심 메시지는 “울 일이 없는 하루, 나쁜 일이 없는 하루”가 단순한 공허함이 아니라 하나의 축복이라는 것이다. 하루를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고, 삶의 여백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야말로 진짜 행복일 수 있다고 말한다. 퇴근 무렵, 잠이 잘 오는지, 식사는 잘하고 있는지 등 소소한 질문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따뜻한 문장들이 인상적이다. 어른답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묻다 이 책은 ‘성숙한 태도’란 무엇인가에 대해 조용히 묻는다. 단순히 나이 든 상태가 아니라, 지치지 않고 일상을 견디는 힘. 다른 사람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속도로 살아갈 수 있는 태도. “멈춤과 지속 중 무엇이 더 맞는 일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문장은, 스스로에 대한 끝없는 성찰과 유연성을 동시에 담고 있다. 감정의 세밀한 결을 담는 문장들 태수의 문장은 과장 없이 담백하다. 감정을 극단으로 끌어올리지 않지만, 어느 순간 들이쉬는 숨처럼 자연스럽게 마음속 깊은 곳에 닿는다. 가족과 통화하고, 일터에서 무탈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순간들이 이 책에서는 더없이 따뜻한 빛으로 환해진다. 독자의 감정을 헤아려주는 공감의 톤이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마무리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는 요란하고 화려한 순간보다, 조용하지만 울 일이 없는 하루의 가치를...

『료의 생각 없는 생각』 리뷰 – 조용한 글로 완성한 나다운 삶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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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없는 생각』은 브랜드 기획자 료(이효정)의 첫 산문집으로, 가만히 멈추어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의 힘과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풀어낸 감성적 기록이다. 료의 문장에는 소음이 없다 『생각 없는 생각』을 읽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아주 조용한 속삭임을 듣는 경험에 가깝다. 브랜드 기획자이자 창업자인 료, 본명 이효정은 이 책을 통해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외피를 벗고, 생각과 감정을 담담히 드러낸다. 그녀의 문장은 화려하지 않다. 힘을 뺀 문장 속에 감정이 조용히 누워 있다. 하지만 그 속엔 분명한 온도가 있다.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사랑스럽고, 무엇보다 ‘솔직하다’. 이 책은 그런 문장들이 한 겹 한 겹 쌓여 이루어진, 아주 조용한 자서전이다. 료가 나를 말하는 방식 – 감정의 거리 두기 료는 이 책에서 자신의 삶을 드러내는 데 있어 거리감을 유지한다. 그는 독자에게 ‘내가 이랬다’고 설득하지 않는다. 그저 그런 날이 있었다고, 그런 생각이 스쳐갔다고 말할 뿐이다. 그 태도가 오히려 글의 진정성을 높인다. 『생각 없는 생각』에는 직업, 관계, 감정, 애정,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한 다양한 조각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것은 완결된 서사가 아니라 ‘지나간 순간들의 메모’에 가깝다. 메모들은 긴 서사 없이도 충분한 감정의 밀도를 담고 있다. 생각을 멈추는 법을 배우는 책 이 책의 제목은 역설적이다. ‘생각 없는 생각’이라니, 어떻게 가능한가?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 말이 어떤 상태를 가리키는지 서서히 감이 온다. 그것은 의식적으로 멈추는 사고의 흐름, 의미 부여를 멈춘 감정의 수용이다. 료는 그것을 ‘살아낸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그저 ‘지나간다’고 말한다. 그런 태도는 독자에게 해방감을 준다. 나를 분석하지 않아도 괜찮고, 기억을 정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료는 그러한 상태를 ‘무감각이 아닌 고요함’으로 표현하며, 그것이 삶의 어느 시기엔 꼭 필요한 감정임을 알려준다. 글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고백 이 책은 누군가에게 털어놓기 어려...

『편안함의 습격』 리뷰 – 무기력한 일상을 만든 진짜 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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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의 습격』은 자동화와 알고리즘 중심 사회 속 무기력의 원인을 분석하고, 능동성을 되찾기 위한 작은 불편함의 힘을 통찰력 있게 제시한다. 편안함은 축복일까, 중독일까? 『편안함의 습격』은 "왜 우리는 점점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이 책은 단순히 나태함이나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 사회가 만들어낸 ‘지속 가능한 무기력’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편안함이 어떻게 점점 사고를 멈추게 하고, 인간관계와 삶의 질까지 잠식하는지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디지털 기술과 알고리즘, 자동화된 서비스, 맞춤형 콘텐츠가 만들어낸 "과잉 최적화 사회"의 모습이다. 우리는 불편함을 제거하려는 시도 속에서 오히려 더 큰 피로와 불안에 노출된다. 작가는 이 과정을 ‘은밀한 침투’로 표현하며, 우리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편안함이 어떻게 능동성을 빼앗는지를 설명한다. 이 책은 단지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 저자는 독자에게 다음을 묻는다. "당신은 언제 마지막으로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했는가?" 이 질문은 ‘행동’을 위한 시작점이자,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실질적인 실마리를 제공한다. 우리 안의 무기력, 그 정체를 해부하다 『편안함의 습격』의 중심 논지는 "편안함의 지속이 곧 인간의 정체"라는 철학적 메시지다. 저자는 무기력이라는 감정이 단순한 심리 상태가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생성되고 반복된 결과임을 밝힌다. 예컨대, AI 추천 알고리즘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은 자신의 선택조차 외주화하게 되며,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에 빠진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의도 없는 시간’이다. 무심코 스마트폰을 켜고 피드 속을 떠도는 행위, 자동재생 영상에 무기력하게 노출되는 패턴은 모두 우리의 의식을 흐릿하게 만들며 ‘몰입’이 아닌 ‘멍때림’으로 삶을 소모하게 만든다. 저자는 이 같은 ...

『혼모노』 리뷰 – 현실을 찌르는 자전적 소설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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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나 소설집 『혼모노』는 자전적 서사를 바탕으로 여성성과 정체성을 깊이 있게 조명하는 작품이다. SNS, 오타쿠 문화 등 현대 사회를 날카롭게 그려낸다. 작품 소개: 혼모노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성해나 작가의 소설집 『혼모노』는 자전적 서사와 픽션이 교묘하게 얽힌 구성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혼모노(ホンモノ)'는 일본어로 '진짜'라는 뜻이며, 소설 전체에 걸쳐 진짜와 가짜, 나와 타인의 경계를 질문한다. 작가는 오타쿠, 성소수자, SNS 문화 등 현대 사회의 단면을 사실적이면서도 날카롭게 그려내며, 특히 여성의 목소리와 시선을 중심에 둔다. 이 작품은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것을 전한다. 각 단편은 별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지만, 모두 ‘성해나’라는 필터를 통해 재구성된 현실의 조각들이다. 주인공들의 이름은 매번 바뀌지만 정체성, 외로움, 욕망에 대한 고뇌는 일관되게 흐른다. 현실과 픽션의 경계에서 독자는 ‘이야기된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체감하게 된다. 특히 독특한 점은 SNS와 2차 창작 문화에 대한 작가의 통찰이다. 오타쿠로서의 자의식, 성적 정체성과 내면의 폭력성, 타자화되는 여성의 현실 등을 정제되지 않은 문체로 날 것 그대로 드러낸다. 이는 독자에게 때로는 불편함을, 때로는 강한 공감을 유도한다. 구성과 문체: 날카로우면서도 섬세한 시선 『혼모노』는 총 7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소설은 다른 시점, 다른 주제, 다른 상황을 다루지만 내면의 목소리는 닮아 있다. 특히 <사랑받지 못한 애들의 나라>나 <정직한 고백> 같은 작품은 성적 지향성과 사회적 소외를 다룬다. 서사는 빠르게 진행되지만 그 안에 응축된 감정은 묵직하다. 성해나 작가는 감정을 직설적으로 토로하기보다, 일상의 틈새에 숨어 있는 균열을 포착하는 데 집중한다. 독백체를 활용한 내면 묘사, 단절된 문장 구조, 반복되는 심상 등이 그러한 특징이다. 특히 문장마다 깃든 리얼리티는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처럼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