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모노』 리뷰 – 현실을 찌르는 자전적 소설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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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나 소설집 『혼모노』는 자전적 서사를 바탕으로 여성성과 정체성을 깊이 있게 조명하는 작품이다. SNS, 오타쿠 문화 등 현대 사회를 날카롭게 그려낸다.
작품 소개: 혼모노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성해나 작가의 소설집 『혼모노』는 자전적 서사와 픽션이 교묘하게 얽힌 구성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혼모노(ホンモノ)'는 일본어로 '진짜'라는 뜻이며, 소설 전체에 걸쳐 진짜와 가짜, 나와 타인의 경계를 질문한다. 작가는 오타쿠, 성소수자, SNS 문화 등 현대 사회의 단면을 사실적이면서도 날카롭게 그려내며, 특히 여성의 목소리와 시선을 중심에 둔다.
이 작품은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것을 전한다. 각 단편은 별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지만, 모두 ‘성해나’라는 필터를 통해 재구성된 현실의 조각들이다. 주인공들의 이름은 매번 바뀌지만 정체성, 외로움, 욕망에 대한 고뇌는 일관되게 흐른다. 현실과 픽션의 경계에서 독자는 ‘이야기된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체감하게 된다.
특히 독특한 점은 SNS와 2차 창작 문화에 대한 작가의 통찰이다. 오타쿠로서의 자의식, 성적 정체성과 내면의 폭력성, 타자화되는 여성의 현실 등을 정제되지 않은 문체로 날 것 그대로 드러낸다. 이는 독자에게 때로는 불편함을, 때로는 강한 공감을 유도한다.
구성과 문체: 날카로우면서도 섬세한 시선
『혼모노』는 총 7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소설은 다른 시점, 다른 주제, 다른 상황을 다루지만 내면의 목소리는 닮아 있다. 특히 <사랑받지 못한 애들의 나라>나 <정직한 고백> 같은 작품은 성적 지향성과 사회적 소외를 다룬다. 서사는 빠르게 진행되지만 그 안에 응축된 감정은 묵직하다.
성해나 작가는 감정을 직설적으로 토로하기보다, 일상의 틈새에 숨어 있는 균열을 포착하는 데 집중한다. 독백체를 활용한 내면 묘사, 단절된 문장 구조, 반복되는 심상 등이 그러한 특징이다. 특히 문장마다 깃든 리얼리티는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처럼 생생하다.
또한, 작가의 문장은 정제되지 않은 듯 보이지만 그 속엔 정밀한 계산이 있다. 일부러 헝클어진 문장을 통해 독자의 리듬을 깨뜨리며 불안정한 인물의 심리를 직조한다. 이는 감정의 파고를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는 기법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혼모노』의 문체는 ‘감정의 사실주의’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생동감 있고 직설적이다. 그것은 하나의 문학적 스타일이자, 동시에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려는 작가의 의지다.
여성성과 정체성: 현실을 말하는 문학
『혼모노』는 단순한 여성 작가의 자전 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여성이라는 정체성 안에 내재된 수많은 갈등, 욕망, 두려움을 다층적으로 드러내는 하나의 실험이다. 작가는 ‘비정상’으로 규정된 이들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서사를 구성하며, 이를 통해 기존의 문학 질서에 도전장을 내민다.
특히, SNS를 통한 타인과의 비교, 여성의 몸을 소비하는 시선,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 등은 매우 시의적절한 주제다. 작중 인물들은 대부분 사회의 기준에서 벗어난 삶을 살아가며, 그것은 작가 자신이 경험한 현실과 연결된다.
작품은 '자기고백적 픽션'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개척하고 있으며, 이는 현대 한국 문학에 있어 새로운 흐름이라 할 수 있다. ‘나의 이야기를 문학으로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변이자, 타자화된 존재들이 ‘말할 수 있는’ 자리를 확보하는 과정이다.
더불어 『혼모노』는 문학이 단순한 서사 전달을 넘어서 현실을 직면하게 하는 도구임을 상기시킨다. ‘진짜’ 이야기를 찾는 이들에게, 이 작품은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울이 될 수 있다.
마무리
『혼모노』는 기존 한국 문학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감수성과 서사를 제시하는 작품이다. 자전적이고 여성 중심적인 이야기로 구성된 이 소설집은, 독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질문을 던지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단순한 공감이나 감정 소모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을 직면하게 만드는 작품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성해나 작가의 솔직한 문장들은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의 힘을 지니고 있다. 만약 당신이 ‘진짜 이야기’가 무엇인지 고민해봤다면, 『혼모노』는 분명 그 고민에 날카로운 통찰을 더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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