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의 생각 없는 생각』 리뷰 – 조용한 글로 완성한 나다운 삶의 순간들



『생각 없는 생각』은 브랜드 기획자 료(이효정)의 첫 산문집으로, 가만히 멈추어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의 힘과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풀어낸 감성적 기록이다.

료의 문장에는 소음이 없다

『생각 없는 생각』을 읽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아주 조용한 속삭임을 듣는 경험에 가깝다. 브랜드 기획자이자 창업자인 료, 본명 이효정은 이 책을 통해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외피를 벗고, 생각과 감정을 담담히 드러낸다. 그녀의 문장은 화려하지 않다. 힘을 뺀 문장 속에 감정이 조용히 누워 있다. 하지만 그 속엔 분명한 온도가 있다.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사랑스럽고, 무엇보다 ‘솔직하다’. 이 책은 그런 문장들이 한 겹 한 겹 쌓여 이루어진, 아주 조용한 자서전이다.

료가 나를 말하는 방식 – 감정의 거리 두기

료는 이 책에서 자신의 삶을 드러내는 데 있어 거리감을 유지한다. 그는 독자에게 ‘내가 이랬다’고 설득하지 않는다. 그저 그런 날이 있었다고, 그런 생각이 스쳐갔다고 말할 뿐이다. 그 태도가 오히려 글의 진정성을 높인다. 『생각 없는 생각』에는 직업, 관계, 감정, 애정,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한 다양한 조각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것은 완결된 서사가 아니라 ‘지나간 순간들의 메모’에 가깝다. 메모들은 긴 서사 없이도 충분한 감정의 밀도를 담고 있다.

생각을 멈추는 법을 배우는 책

이 책의 제목은 역설적이다. ‘생각 없는 생각’이라니, 어떻게 가능한가?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 말이 어떤 상태를 가리키는지 서서히 감이 온다. 그것은 의식적으로 멈추는 사고의 흐름, 의미 부여를 멈춘 감정의 수용이다. 료는 그것을 ‘살아낸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그저 ‘지나간다’고 말한다. 그런 태도는 독자에게 해방감을 준다. 나를 분석하지 않아도 괜찮고, 기억을 정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료는 그러한 상태를 ‘무감각이 아닌 고요함’으로 표현하며, 그것이 삶의 어느 시기엔 꼭 필요한 감정임을 알려준다.

글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고백

이 책은 누군가에게 털어놓기 어려운 말들을 문장으로 대신한 고백에 가깝다. 고요하지만 날카롭고, 단정하지만 때때로 울퉁불퉁한 문장은 말보다 글이 솔직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료는 타인의 시선을 향한 글을 쓰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을 향한 기록이다. 그래서 이 책은 더욱 특별하다. 독자는 남의 일기를 훔쳐보듯 읽으면서도, 어느 순간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것이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힘이다.

마무리

『생각 없는 생각』은 대단한 사건이나 감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 안에는 분명히 ‘진짜 말들’이 존재한다. 료의 글은 꾸미지 않고, 과장하지 않고,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 지나가는 순간과 감정을 조용히 적는다.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숨을 천천히 들이쉬게 만들고, 복잡한 마음을 가만히 내려앉게 만든다. 빠르게 휘발되는 콘텐츠에 지친 사람이라면, 『생각 없는 생각』은 아주 오래 머무는 문장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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