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 그랬어』 리뷰 – 공간과 계급 사이에서 피어난 이해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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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는 일상의 공간이 내포한 계급과 감정의 미묘한 긴장을 포착하며, ‘안녕’이라는 말로 오해와 이해, 이별과 평안을 동시에 들려주는 단편 모음이다.
계급과 감정이 만나는 공간의 문턱
『안녕이라 그랬어』는 『바깥은 여름』 이후 8년 만에 발표된 김애란의 다섯번째 단편집으로, 사회적 공간과 계급적 긴장을 예리하게 포착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김애란은 오랫동안 사회학자였고 이제야말로 유감없이 그렇다고 주장할 것”이라 말하며, 이 소설집의 사회적 관찰력을 극찬했다.
첫 단편 「홈 파티」는 40대 연극인 이연이 친구 CEO의 고급 아파트에 초대되며 시작된다.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계층 간 긴장의 현장으로 기능하며, 독자는 은은한 불편함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돌아보게 된다.
무심한 이별의 순간, ‘안녕’의 언어에 담긴 울림
표제작 「안녕이라 그랬어」는 음악소설집 『음악소설집』에 수록된 대표작으로, 팝송 ‘Love Hurts’의 가사를 잘못 듣는 순간을 출발점으로 한다. 주인공 은미는 영어 회화 수업에서 만난 로버트에게서 ‘I am young’을 ‘안녕’으로 듣고, 그 말 속에 의미를 채워간다.
소설은 작고 사소한 오해를 통해 결국은 이해와 평안으로 이어지는 내면의 여정을 그린다. ‘안녕’은 인사이자 이별, 오해이자 평안이라는 다층적 언어로 작동한다. “우리 삶에는 그렇게 틀린 방식으로 맞을 수밖에 없는 순간이 있고… 나는 아마 그걸 네게서 배운 것 같다고”라는 문장은 잔잔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공간과 거리감 속에서 흔들리는 마음들
다른 단편들, 예컨대 「숲속 작은 집」, 「좋은 이웃」, 「이물감」 등에서도 김애란은 공간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파고든다. 해외에서의 저렴한 물가가 갖는 불편, 이웃과의 거리감, 자신이 느끼는 유대와 단절은 모두 계급적 감각과 긴장감으로 포착된다.
특히 「좋은 이웃」에서 주인공 주희는 전세로 살고 있는 자신의 처지와, 이웃의 내 집 마련 사이에서 흔들린다. “젊은 시절 나는 사람을 지키고 싶었는데 요즘은 자꾸 재산을 지키고 싶어집니다”라는 독백은 한국 사회의 계급적 균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공감의 문장, 명료한 울림
김애란의 문장은 군더더기 없이 명료하다. 인물들이 느끼는 내면의 복합 감정들이 과장 없이 담담히 펼쳐지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공감의 틈이 생긴다.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와 같은 문장들은 독자의 감정에 긴 여운을 남긴다.
각 단편은 짧은 호흡 안에서도 인간의 상실과 이해, 미묘한 감정의 결을 포착하며, 문학적 감수성을 자극한다.
모순 속에도 피어나는 존재의 가능성
이 소설집은 계급, 공간, 감정 사이의 중첩된 모순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스스로를 구성하고 이해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오해, 착각, 차이 속에서도 이해로 건너가는 순간들이 모여 ‘안녕’이라는 언어를 삶의 인사로 다지게 한다. 공간을 매개로 인물들이 서로의 부재와 존재를 조용히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관계의 시작이자 끝이며, 성숙의 순간이다.
마무리
『안녕이라 그랬어』는 익숙한 언어와 친숙한 공간 속에서도 우리가 놓치기 쉬운 감정의 선들을 문학적으로 끌어내는 작품이다. 사회적 이질감, 계급적 긴장, 그리고 인간 사이의 오해와 이해는 김애란의 섬세한 시선 아래 하나의 풍경으로 엮인다. 삶에서 누군가에게 “안녕”이라 말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온기와 상실까지 끌어안기를 원한다면, 이 소설집은 깊은 감정과 사유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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